소설소년이 온다
비름 24-10-15 18:21 6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출판계의빛과소금되기

타래 작성일 :

감상 시작일 :

감상 완료일 :

비름

억장무너져...
...
나진짜 억장와르르맨션되서 페이지를 못넘긴다
다들 울었단얘기해서 마음의준비 ㅈㄴ했는데 걍 한강작가가 어꺼져 준비해도소용없어 하고 망치로 존나팸 난 그럼 존나무력하게쳐맞는거임

비름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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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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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생의 손이 날렵하게 가제본을 들어올린다. 그것이 젖지 않도록, 그 지워진 책 속에 아직 무엇이 남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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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수 있지만, 어쩌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겠지만, 어쩌면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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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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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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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비름

다읽었다
사실 한국문학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안다무때문은 아니고 그냥 내게는 사대주의오타쿠적인 면모가 있음) 무게감이 진짜 좋고 번역서가 아니라 제1언어로 온전히 뜻을 이해하고 봤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좋은 소설이고 울지는 않았는데 오래도록 무겁게 머릿속을 휘젓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음. 최근에 본 소설 중에서는 솔라리스랑 신되렵이랑 소년이 온다가 가장 충격적이었어...

노벨상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이것저것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주로 좌익 계층에서 개인의 성취인지 한국의 성취인지와 관해...)
나는 이게 한국적이라고 생각하지만(소위 극우 계층ㅋㅋ에서는 굉장히 탐탁찮겠지만요) 동시에 개인의 성취에 가깝다고 본달지 트친분 말을 빌리면 '어쨌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그쪽 입장에 가까운 느낌... 실제로 민족주의적 수사는 당장 알X딘 교X문X만 가봐도 수두룩하니까요 그것이 한국의 성취라고 믿고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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