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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그친다.
    인천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 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자막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
    무슨 농구農具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
    몇 병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사내는
    문 닫힌 상회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빈 골목은 펼쳐진 담요처럼 쓸쓸한데
    싸락눈 낮은 촉광 위로 길게 흔들리는
    기침 소리 몇. 검게 얼어붙은 간판 밑을 지나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꽝꽝 빛나는, 이 무서운 백야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눈길을 만들며
    군용 파카 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2024년 09월 26일 ― 기형도, <백야>, 문학과지성사. 『입 속의 검은 잎』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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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2024년 09월 24일 ― 기형도, <조치원> 일부 발췌. 문학과지성사. 『입 속의 검은 잎』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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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Σαν ατσάλινο τείχοσ που αλύγιστοσ ορμάει
    거침없이 돌진하는 강철벽처럼

    2024년 09월 21일 ― 그리스 민중가요 Σαν ατσάλινο τείχοσ 철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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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Не как люди, не еженедельно.
    Не всегда, в столетье раза два
    Я молил тебя: членораздельно
    Повтори творящие слова.

    И тебе ж невыносимы смеси
    Откровений и людских неволь.
    Как же хочешь ты, чтоб я был весел,
    С чем бы стал ты есть земную соль?

    사람들과 다르게, 매주 그런 게 아니라
    늘 그런 게 아니라, 백 년에 두어 번
    나는 당신께 기도했다. 또렷하게
    창조의 말을 되풀이해 주오.

    계시와 인간의 부자유의 혼합을
    당신은 도대체 참지 못한다.
    어떻게 당신은 내가 즐겁기를 원하는가?
    무엇으로 당신은 지상의 소금을 먹게 될 텐가?

    2024년 09월 21일 ― Борис Пастернак, <Не как люди, не еженедельно…> 보리스 파스퇴르나크, <사람들과 다르게, 매주 그런 게 아니라>. 민음사.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 수록. 최종술 번역.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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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상관없어.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하니까. 그리고 올해 8월은 7월에 시작하게 될 거야!

    2024년 09월 17일 ― Арка́дий/Бори́с Струга́цкий, 「Понедельник начинается в субботу」 아르카디/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현대문학, 이희원 번역.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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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o in unum Deum(나는 한 분뿐이신 하느님을 믿는다)이라는 주장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도 극악하기는 마찬가지이지.

    2024년 09월 17일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열린책들, 이윤기 번역.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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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__와(과) 같은 진영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더 큰 의미에서 나는 계속 __의 아군이야.

    2024년 09월 17일 ― 쁘띠 데포토, 「그노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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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위해, 그리고 알라미고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죽어주십시오.
    수많은 사람을 살릴 '힘'을 얻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제게 주십시오!

    2024년 09월 17일 ― 스퀘어 에닉스, 「파이널 판타지 14 - 몽크 잡퀘스트 '폐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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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을 쥐고 맹렬하게 싸우는 것만이 누군가를 위한 싸움은 아니야!

    2024년 09월 17일 ― 스퀘어 에닉스, 「파이널 판타지 14 - 효월 직업 롤퀘스트 회복 역할 '우리는 돌아가 그대를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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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식민지 주민으로 태어나 제국의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뼛속 깊이 제국을 증오하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아뇨, 제국은 적입니다. 하지만 그들 개개인도 과연 적일까요?

    2024년 09월 17일 ― 스퀘어 에닉스/마츠노 야스미, 「파이널 판타지 14 - 세이브 더 퀸 제2장 '꺼림칙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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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을 향한 시작이다…… 내 절망까지 집어삼켜라!

    2024년 09월 17일 ― 스퀘어 에닉스, 「파이널 판타지 14 - 창천의 이슈가르드 '숙명의 끝'」

  • : re

    Никто из них не примет нас, никто не поймёт
    Но майор подскользнется, майор упадёт
    Ведь мы—лёд под ногами майора!

    아무도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소령은 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소령의 발 밑에 있는 얼음이다!

    2024년 09월 17일 ― Гражданская оборона - Мы — лёд 그라즈단스카야 오보로나 - 우리는 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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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И в холодную ночь
    Я верю в завтра
    Завтра будет тепло

    그리고 추운 밤에
    나는 내일을 믿어요
    내일은 따뜻할 것입니다

    2024년 09월 17일 ― Игорь Романов - Я верю в завтра 이고르 로마노프 - 나는 내일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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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악물고 기억해라. 너는 가면을 쓴 신이다. 그들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은 죄가 없다. 그러므로 너는 인내하고 또 기다려야 한다…….

    2024년 09월 17일 ― Арка́дий/Бори́с Струга́цкий, 「Трудно быть богом」 아르카디/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신이 되기는 어렵다」 현대문학, 이보석 번역.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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