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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시사점이 많고 유익한 내용이다. 소외된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고충, 한국 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들을 인터뷰하고 사회에서 '노동'이 어떤 의미고, 노동할 자격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상성의 범주에 갇힌 사고방식인지 지적한다. 한국 사회가 노동착취가 너무 일상적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조명하는 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몇 해 전 성소수자 노동을 취재하며 트랜스젠더 또는 젠더퀴어로 자신을 정체화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였다. 내가 남녀를 구분할 줄 모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짧은 치마나 짙은 화장같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차림을 하지 않은 이상, 저 사람이 지금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건지(FTM), 남성에서 여성으로 자기 성별을 되찾은 건지(MTF) 구분하지 못했다."
- 희정, 2023,「일할 자격」 p.169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적합수술('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문장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적합수술을 받았다는 문장에서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정정', '되찾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는 이 단어 사용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어떤 정체성은 '정정'의 대상이고 어떤 정체성은 '되찾은' 것이 될 수 있나? '미혼모' 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사회에서의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기 위해 '비혼모'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면서 이런 지점에 대해서는 신경을 못 쓴 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내가 진짜 분노한 건 따로 있다.
"퇴직 직전까지 괴로워하던 은수를 지켜보면서, 나는 비출산의 결심을 굳혔다. 동시에 몸에 연연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물론 이런 결심과 다짐은 해마다 수백 번쯤 이뤄지기 때문에, 그저 반복되는 생각 중 하나일 뿐이다. 임신·출산한 몸이 얼마나 공적 세계의 입맛에 맞지 않는지만을 또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 희정, 2023,「일할 자격」 p.237
타인이 겪는 부조리한 사회 관습(앞에서 '은수'라는 인터뷰이는 출산을 통한 직장 업부 배제 및 그간의 노력과 커리어에 대한 무시 등을 겪었다.) 을 보고 난 출산하지 말아야지 ^^ 라는 생각을 그대로 지면에 옮기는 일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시사점이 있나?
시사점이 있는 내용과 별개로 작가의 짧은 식견과 생각이 여과 없이 노출되어 많이 당황스러웠다. 보통 이런 부분은 편집자들도 적당히 쳐내지 않나?(아닐시 미안합니다) 저자의 식견을 보완할 수 있는 고찰이 많이 필요해보인다.
이런 책에 불호후기 남기는 게 쉽지 않는데 그렇게 됐다... (안 좋은 말 많이 할 예정이라 적어둠)